옛날 평안도 어느 고을에 어떤 사람이 남의 집 머슴을 살았던 모양이야. 하루는 주인 영감의 환갑날이 되어서손님들이 많이 모였는데, 이 머슴이 갑자기 어젯밤에 희한한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해몽을 좀 해 달라고 그러거든. 손님들이 무슨 꿈을 꾸었는가 하고 물으니까, 이 머슴이 꿈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면서,

"에이, 이 꿈 해몽은 우리 고을 사또나 하면 했지, 손님들은 못 해요."

하더니 그 길로 곧장 고을 원을 찾아갔어. 고을 원에게 가서 어젯밤에 희한한 꿈을 꾸었는데 해몽을 좀 해 달라고 하니 어디 한번 말해 보라고 그러거든. 이 머슴이 꿈 이야기를 꺼내려다 말고 또 벌떡 일어나더니, "에이, 이 꿈 해몽은 평양 감사나 하면 했지, 사또는 못 해요."

하면서 달아난단 말이야. 머슴이 그 길로 평양 감사를 찾아갔어. 찾아가서 어젯밤에 희한한 꿈을 꾸었는데 해몽을 좀 해주시오 하거든. 평양 감사가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러느냐 하니, 이놈이 말을 하려다 말고 또 벌떡 일어서더니,

"에이, 이 꿈 해몽은 나랏님이 하면 했지, 대감은 못 해요."

하면서 내빼고 말지. 머슴이 그 길로 나랏님 사는 대궐에 찾아갔어. 대궐 앞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으니 대궐 지키는 파수꾼이 왜 그러느냐고 묻겠지. 나랏님한테 꿈 해몽 좀 부탁하러 왔다고 하니 파수꾼이 임금에게 가서 말을 전했던 모양이야. 임금이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지.

"너는 무슨 꿈을 꾸었기에 나한테까지 찾아와 해몽을 청하는고?"

임금이 물으니까 이놈이 말을 할 듯 말 듯하더니 또 벌떡 일어나면서,"에이, 이 꿈은 중국 임금님이 하면 했지, 우리 임금님은 못 해요."하더라나. 임금이 괘씸해서 이놈을 당장 옥게 가뒀지.

머슴이 옥에 갇혀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는 감옥 천장에서 어린 쥐 한 마리가 죽어서 툭 떨어지더라네. 그런데 어디서 어미 쥐가 기다란 자를 물고 오더니 죽은 쥐 몸에다 올려놓고 한 자 두 자 하고 재더란말이지. 그러니까 죽었던 쥐가 발딱 일어나서 쪼르르 기어간단 말씀이야 머슴이 그걸 보고 발을 한 번 탕 구르니까 어미 쥐가 놀라서 자를 내던지고 도망가 버리겠지. 그 자를 주워서 품속에 넣어 뒀어.

그런데 마침 그 때 임금의 외동딸이 병이 나서 죽었던 모양이야. 임금이 애지중지하던 공주가 죽어서 너무 슬픈 나머지 장사도 못 지내고 날마다 애고애고 하면서 지냈거든. 머슴이 그 소문을 듣고 감옥을 지키는 옥사쟁이에게,

"나를 내보내 주면 공주를 살리겠소."했지. 옥사쟁이가 그 말을 믿을 리 있나. 안 된다고 하니 이 머슴이 못 믿겠으면 죽은 개를 한 마리 가져와 보라고 그러거든. 옥사쟁이가 긴가민가 하면서도 죽은 개를 가져다 놓으니까 남들이 안 볼 때 자로 한 자 두 자재어서 턱 살려 놓았단 말씀이야. 그러니까 옥사쟁이가 임금한테 고해서 머슴이 임금 앞에 불려 갔어.

"듣자니 네가 죽은 개를 살렸다지? 우리 공주도 살려 낼 수 있겠느냐?"

"만약 살려 내면 저를 사위로 삼아 주시겠습니까?"

"공주는 이미 죽은 목숨이니 살려만 준다면야 무슨 짓을 못 해. 임금이 그러마고 했지. 그러니까 머슴이 외딴방 하나를 치우고 향불을 피워 놓으라고 해. 그리고 자기가 공주를 살릴 동안에 아무도 근처에 얼씬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그런단 말이야. 임금이 그대로 다 해주니까, 머슴이 공주 주검에다 자를 올려놓고 한 자 두 자 재어서 살려 놓았어. 공주가 자다 깬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서 걸어나오니까 임금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지.

머슴한테 좋은 옷을 입혀 놓으니 허위대가 멀쩡한 게 사위 삼아도 되겠거든. 그래서 아주 떡벌어지게 혼인 잔치를 치렀어. 머슴은 팔자에 없는 부마가 되어서 떵떵거리고 잘 살지.

그런데 그 때 마침 중국 임금의 딸이 병이 들어 죽었던 모양이야. 중국 임금이 소문을 들으니 조선에 죽은 사람 살리는 명의가 있다고 그러거든. 당장 사신을 보내서 이 머슴을 데려오게 했어. 머슴이 중국에 가서 공주를 살리려고 보니, 워낙 죽은 지 오래돼서 그런지 암만 자로 재어도 살아나지 않더래. 중국 임금이 자기 딸을못 살려 놓은 걸 알면 당장 죽이려고 달려들 터이니, 그런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내 발로 나가서 죽자고 머슴이산 속으로 들어갔어.

머슴이 산 속에서 죽을 자리를 찾다 보니 마침 낭떠러지 끝에 널따란 바위가 있겠지. 저기서 떨어져 죽겠노라고 그 위에 올라갔더니, 마침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냅다 뛰어오다가 바위에 쾅 하고 부딪쳐서 그만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더라지 뭐야. 그런데 어디서 다른 호랑이가 나오더니 죽은 호랑이를 큰 자막대기로 한 자 두자 하고 재겠지.

그러니까 죽었던 호랑이가 벌떡 일어나서 막 돌아다닌단 말씀이야. 호랑이가 가진 자막대기를 보니까 자기 것보다 훨씬 크고 길거든. 머슴이 용을 써서 큰 바윗덩어리를 낭떠러지 밑으로 굴리니까, 호랑이가 놀라서 자를 내던지고 도망가 버리더래.머슴이 그 자막대기를 주워 가지고 중국 공주에게 가서 한 자 두자 재었더니 거짓말처럼 살아나더란 말이지.

그런데 이런 변이 있나. 중국 임금도 자기 딸을 살려 준 은인이라고 그만 머슴을 사위로 턱 삼아 버린단 말씀이야. 그래서 중국 공주를 데리고 조선에 돌아왔지.조선 공주는 첫째 부인 삼고 중국 공주는 둘째 부인 삼아서, 조선 공주는 금대야에 물을 떠다 오른발을 씻어주고 중국 공주는 은대야에 물을 떠다 왼발을 씻어주고, 이렇게 호강하면서 살았더란다. 글제야 머슴이 제가 꿈 이야기를 하기를,

"내가 그 때 군 꿈에 한쪽에서는 해가 뜨고 한쪽에서는 달이 뜨는데 한 발은 해를 밟고 한 발을 달을 밟고 서 있었더니, 이렇게 되려고 그런 꿈을 꾸었구나." 하더라나.